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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애물단지

     기별도 없이 불쑥 찾아온 며느리의 얼굴이 부어있다.  무언가에 잔뜩 토라진 모양새다.

     저것들이 또 싸웠나? 윤여사의 가슴이 덜컹한다.

    "어찌 왔냐."
   시어미가 묻는 말엔 대꾸도 없이 쇼파에  털석 주저앉는다. 그런 며느리를 보며 윤여사는 문득  며칠전 일이 떠올랐다  
 
    그날도 허리가 아파 아침 일찍 병원을 다녀온 길이었다.  옷도 채 갈아입지 았았는데 며느리가 뒤쫓아 들어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머니 정말 못살겠어요."
  "못살겠다니?  왜 또 무슨 일 있냐?.""
  대꾸없이 눈물을 찔끔거리던 며느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이가요 또 주식에 손을 댔어요."
 극구 말렸는데  또 손을 댔다가 적지않은 돈을 날린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아내 말을 무시하는 남자와는 못살겠다고 앙앙거렸다. 그게 다 어머니가 아들을 너무 감싸고돌아 일어난 일이라고 불똥을 윤여사 한테로 튕겼다.  어이가 없었다. 시어미가 몸이 아파 병원을 다녀오는 오는 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걱정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엄한 화살을 쏘아대다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라 들고있던약봉지를 냅다 내동댕이 쳤다.
    "내가 뭘 그렇게 아들을 감쌌냐? 넌 툭하면 달려와 이 시에미 핑개를 대곤 하더라. "
    시어미 서슬에도 며느리는 지지않고 대거리를 해댔다.
    "사내란 도둑질 빼곤 이것저것 다 해봐야된다고 하셨다면서요. "
    "아 그래서, 그게 네 남편 증권 한 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말리셨어야죠. 돈마련까지 해주셨다면서요."
    "그래 그랬다. 그런데 내가 증권하라고 줬냐?  친구한테 돈을 빌려 썼다며 . 그래서 그 돈 갚을 일이 걱정이라고 하기에 도와준 것밖에 없다.
    "아니 어머니 그 말을 믿으셨어요?"
   "그럼 아들말인데 믿어야지."
   "저 한테 한마디 귀띔이라도 하셨어야죠."
   "그래서 너한테 귀띔 안해서 그게 분해서 그렇게 길길이 뛰냐?"
   "아니 누가 길길이 뛰어요 ?'
   "너 지금 나한테 따지러 왔냐? 에미가 아들 도와준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시비야 시비가, 어여 가 어여, 다 꼴뵈기 싫으니까"
   그날 며느리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돌아갔다. 그랬었는데.. 이번엔 또 무슨일이람.  
  
  어느틈에 뒤쫓아 왔는지 아들이  현관끝에 우두커니 서있다. 윤여사 다가가 아들의 소매를 와락  잡아당긴다.
  "너 이리좀 와 봐. 또 증권했냐?
  아들의 눈이 세모꼴로 접히나 싶더니 제 처한테 눈을 부라린다.
  "너 또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왜? 내가 없는 말 했을까봐?
  "어우 저걸 그냥.
  아들이 주먹을 치켜들자 며느리가 기다렸다는 듯 제 남편 가슴팍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한 대 치고 싶어? 처봐 처봐. 못처도 빙신이다 빙신.
  "아이구 이게 정말..."
  "정말 뭐, 뭐,뭐!"
   제처를 와락 밀치고는 아들이  방으로 들어가  벌렁눕는다. 윤여사 얼른 아들 뒤를  쫓아 들어간다. 
  "니들 대체 왜 그러냐 응?"
  " 방문이나 좀 닫으세요." 
  거실에 서있는  며느리 눈치가 보여  윤여사 멈칫거리자 아들이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아 방문좀 닫으라고요오."
  "아 알았어."
  윤여사 잽싸게 방문을 닫는다.  문고리 놓기도 전에 다시 다시 벌컥 열리며  며느리가 울그락 불그락 하며 얼굴을 들이민다.
  "왜 문을 닫아 왜 왜 난 사람 아냐! 밖에 사람이 있는데 왜 닫아!"
  윤여사 어이가 없다.  입이 자동으로 벌어진다, 아차! 싶었는지 며느리가 얼른 말꼬리를 내린다 .
  " 어머니 한테 그런 거 아니에요. 저이가 문을 닫으라고 해서....
   윤여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야, 네 눈엔 뵈는 게 없니 응? 위아래도 없어? 어디 시에미 앞에서 소릴 지르고 그래.
  "그게 아니라 저이한테 화가 나서..
  "그래, 화난다고 어른 앞에서 빽빽 기차화통 구어 먹은 소리를 하고 그래?
  "그게 아니고요
  "아 듣기 싫다. 너도, 너도 다 가. 툭하면 싸움질하고 몰려와선,,여기가 너희들 화풀이하는 데야?
  며느리가 떫은감 씹은 얼굴로  문을 거칠게 닫는다.  벽이 우르릉 우는 소리를 낸다
  "아니 제가...어휴...쯔쯔쯔. 배워도 헛 배웠지 대학 나왔으면 뭐 하냐 하는짓은... 사돈은  뭘 가르친거야."
    아들이 일어나 앉으며 혀를  끌끌 찬다.
  "안그래도 골치 아파죽겠는데 엄마까지 왜 설치고 난리야..."
 순간 윤여사의 주먹이 하늘로 올라간다. 그대로 아들의 등짝에 내리 꽂힌다.
 "아, 아파! 노인네가 무슨 손힘이 그리 쎄요, 등뼈 다 나갔겠네".
  "뭐, 설쳐? 버룻없는 놈  너 이 에미 무시하는거야 뭐야? 설치다니 누가 설쳐? 싸웠으면 네집에서 해결을 봐야지 툭하면 달려와서 내 속을 뒤집어. 어!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말 뽄새하고는, 나쁜 놈. 너나 제나 똑 같다."
  한숨을 푸푸쉬던 아들이 엉덩이를 하늘로 뻗히더니 머카락을 쥐어 뜯는다.
  "아 난 왜 이렇게 하는일 마다 안 되는 거야. 두 여자 등쌀에 더 되는 일이 없다니까." 
 " 오냐 그렇게 해서 어디 머리 빠지겄냐 . 
    윤여사도 달려들어 아들의 머리칼을 같이 움켜쥐고 흔든다
   " 왜 그래요.왜."
   "왜는 이놈아 몰라서 물어?"
    "이게 다  그 돈때문이라구요.  아파트 중도금 치를려던 돈까지 몽땅 증권에 쏟아 부었다가 날렸거던요.
   윤여사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뭐 ? 그 돈 내가 준게 언젠데 아직도 안냈어?,
   "내긴 뭘 내요. 중도금 날짜가 좀 남았길래 좀 남겨볼까고 하고 증권을 샀던건데 누가 이렇게 될줄 았았어야죠
  "그래서 내가 증권하랬냐? 왜 만날 에미한테 와서 이래 이러길 ..어이구 그게 어떤 돈인데.  
   "내가 죽일 놈이죠. 아이구 어디가서 팍 죽어버리던지 해야지.
  "그래 죽어라 죽어, 차라리 죽는게 났겠다.
 맘에도 없는 말 뱉어놓고 보니 윤여사 가슴이 아프다 못해 쓰리다. 저 하나 보고 살아온 세월인데.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도 대책이 없다. 이왕지사  저질러진일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번만  이번 한번만 더 자식을 믿어보자. 올려 쉬고 내려 쉬던 한숨을 접고  이튿날 저녁 아들내외를 다시 불러다 앉혔다.
 "왜 오라고 하신거에요.
 윤여사 아들을 물끄러미 처다보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어쩜 즈이 아버지를 이리도 빼다 박았단 말인가. 남편이 그리울땐 아들 얼굴 바라보며 힘을 얻었는데. 그래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자. 저번날의 악다구니는 뒤로 쑤셔박고 아들의 손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깟 돈 몇푼에 죽겠다고. 정신 차릴 생각을 해야지. 이 웬수야...
  웬수라는 말에 아들이  와락 엄마를 끌어 앉는다.
  "엄마 고마워
   "징그러워, 이 웬수야. 
  윤여사가 아들에 대해 쓰는 유일한 애정 표현이 웬수였던 것이다. 그 순간을 아들이 놓칠리 있겠는가.
 
    그 일이 있고 한달쯤 지나 윤여사는 아들네로 향했다.  
  에레베타 앞에서  며느리와 동갑내기라 가끔 어울린다는 여자와 마주쳤다.
   "어머 어머님 오셨어요?.
  "아 난 또 누구시라고, 잘지냈어요'"
  "아드님네 오시는 거죠?
  "네 .
 "그집 지금 아무도 없는데...전화 안해보고 오셨나보네요..
  "왜요 어디들 갔어요?
  " 그게 글쎄 좀...
  "왜요? 게들 뭔일 있어요?
 "그게요... '말도 없이 갔나 ?... 말해도 될까 모르겠네...
   "무슨 소리에요? 말을 꺼냈으면 해야지 무슨 얘긴데 그래요?
  "저기 실은 내외가 여행 갔어요. 회사에 연가까지 내구요. 일주일정도 걸린다던데.. 
  며칠전 아들이 전화로 잠시 지방출장을 다녀와야 할것 같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일주일씩이나 연가를 냈다니.
윤여사  멍하니 서있는데 여자가 오장을 지르듯 한마디를 더 보탠다
   "어머님이 여행 경비까지 대주셨다며 자랑하던데요 뭐.
    흡사 부럽다는 말투다.

 
길에 쭈그리고 앉아 부지런히 핸드폰을 누르는 윤여사의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심장에서 방아찧는 소리가 난다.  
"여보세요? 거기 경인 개발이죠 뭐좀 알아볼게 있는데요. 혹시 김 호준 이라는 계약자 중도금 처리가 됐는지 좀 알아... 아 네네 주민 번호요. 790........ 14 네네
...........
없다구요? 그런 사람 없다구요? 아니에요 다시 잘 찾아보세요
........
거기가 어디쯤이죠? 제가 직접 찾아가 알아봐야 겠어요.
...........
네네 이따 뵙죠.
 
아들이 처음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고 했을때 윤여사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둘이 살기에 넉넉 한데 굳이 너른 평수의 아파트를 살 필요가 있겠느냐고. 그랬었는데.
 
  분양사무실을 나서는 윤여사의 머리위에서. 하늘이 빙빙 돈다.
"계약자중에 김 호준이란 사람은 없는데요.
눈꼬리가 올라간 분양사무실 아가씨가 계약서 서류철을 뒤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녜요 분명히 했다고 했어요. 잘 찾아보세요. 45평이라고 했는데...
"45평이요? 여긴 임대아파트에요. 저소득 층을 위한..
"뭐라구요?
윤여사 울상이 되어 어찌할줄 모르는데 아가씨는 태평한 얼굴이다.
"계약서 보신 적은 있으세요?
"계약서요?
아차! 아들 말만 믿은게 잘못이다.  번번히 당하면서도 끌려가는 자신도 미웠다.  집으로 돌아와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이제껏 저 하나보고 살았는데 이렇게 또 배신을 때려? 이것들 돌아오기만 해봐라. 고생하며 지난 세월이 갑자기 억울하고 분해서 누가 듣건 말건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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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0) 2015.05.16